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며 전해졌습니다. 올해 문학계에서는 주로 찬쉐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같은 작가들이 유력 후보로 꼽혔고, 저 역시 비영어권 여성 작가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찬쉐나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동 중에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믿기지 않았고, 가짜뉴스일까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진짜였고, 감격이 몰려왔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대출 요청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 작품들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 있어 별도로 어른 서가에 배치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소재나 성에 대한 묘사가 간혹 포함된 작품들을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이미 다 컸다고 주장하며 읽고 싶어 합니다. 그 호기심이 특히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외국 작가가 수상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한글 원서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최근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으며 소설 외에도 동화와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동화는 다음 도서 구매 시점에 추가할 예정이고, 시집은 곧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라는 시집을 읽으며 한강 작가가 시인으로서도 깊이 있는 작품을 써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작가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발표한 시를 포함해 20년간의 시를 묶어낸 것입니다.
시집을 읽는 동안 한강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괜찮아라는 시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힘든 시기에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인 그때는 아이의 손을 잡으며 느낀 감동을 표현한 작품으로, 마치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듯합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라는 시에서는 일상 속 평범한 순간을 쓸쓸하게 묘사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거울 저편의 겨울은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을, 이천오년 오월삼십일에서는 제주 봄바다의 햇빛과 바람을 떠올리며 적은 시로 보입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지난달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한강 작가의 시 두 편이 발표되었고, 내년 상반기에는 신작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또한 한강 작가는 2019년 노르웨이의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해 2114년에 출간될 예정인 사랑하는 아들에게를 집필했습니다. 이 작품을 직접 읽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설렙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시 펼쳐보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한강 작가의 작품은 그만큼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앞으로의 작품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됩니다.